미래를 걱정하는 분들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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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차 심리센터 댓글 0건 조회 2,788회 작성일 18-08-29 13:33본문
예전에 “너 상담 좀 받아라”는 말은 누군가를 비난하거나 혹은 정상이 아니라는 뜻을 에둘러 표현하는 방법이기도 했습니다.
언제부터인가 같은 내용을 담은 문장은 “상담을 좀 받아보면 좋을 것 같은데..”로 그 형식이 완연히 달라졌습니다.
상담을 대하는 “태도”가 바뀐 것을 문장의 분위기와 어조로 금방 느낄 수 있지요.
이제 많은 사람들은 몸이 아플 때 병원이나 약국을 찾듯, 마음이 힘들 때는 심리상담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이 있는 것 같습니다.
차 심리상담센터의 여러 메뉴 중에 ‘심리상담 이야기’를 넣은 것은 이렇게 열린 생각을 지니고 있는 여러분들과 심리상담에 관한 이야기를 좀 더 구체적이고, 쉽게 나누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심리상담을 경험한 분들도, 경험하지 않은 분들도, 마음이 힘든 분들 이나 전문적 도움까지는 필요하지 않은 분들도 상담현장과 상담교과서의 이야기들을 쉽게 접하면서 도움을 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램이 있었습니다.
첫 이야기는 지난 학기 차 심리상담센터 프로그램으로 열린 공개사례회에서 들은 얘기입니다.
“미래는 서울역, 혹은 미국처럼 어떤 분명하고 구체적인 목적지가 아니예요. 그런데 우리는 미래를 두려워하고, 미래가 나의 원하는 모습이 아닐까봐 걱정합니다. 미래는 그렇게 우리가 생각하듯 구체적인 모습으로 있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미래를 걱정하는 것은 과거의 경험들 때문이죠. 그러나 미래는 없기 때문에, 그런 걱정 또한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현재를 살라는 말은 그 때문입니다. 현재라는 벽돌을 하나씩 하나씩 쌓아 올릴 때 그 벽돌이 모여서 미래가 되는 겁니다. 미래가 두렵다면, 그저 오늘 하루를 살면 될 일입니다. 그게 바로 나의 미래이니까요.”
비슷한 메시지는 자주 들었지만, 그 날 들은 얘기는 제게 훨씬 설득력이 있었습니다.
과거의 경험때문에 미래를 두려워한다는 것을 상담에서는 작동모델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하고, 작동모델의 유연성이 필요함을 얘기하기도 합니다.
그 날의 메시지는 미래에 대한 생각 자체를 버리고, 현재 그리고 지금을 살아야 한다는 뜻으로 들립니다.
벽돌을 쌓듯이 혹은 수를 놓듯이 그렇게 오늘을 재미있게, 행복하게, 후회 없이 사는 것이지요.
그렇게 살다보면 생각지 않은 어느 날 내 눈 앞에 마주하는 것이 바로 나의 미래가 될 겁니다.
벽돌을 쌓다보면 예상하지 못한 비바람이 들이쳐서 벽돌이 무너지기도 하고, 한 땀 한 땀 수놓던 흰색 천에 실수로 커피를 쏟을 수도 있겠지요.
놀라고, 실망스럽고, 좌절됩니다.
하지만, 그런 예기치 않은 일들 앞에 포기만 하지 않는다면, 또 다른 새로운 길들이 열리게 될 겁니다.
다시 쌓는 벽돌은 더 강한 벽이 될 수 있고, 새로운 방식으로 시도하는 벽돌 쌓기는 즐겁습니다.
흰 색 천에 쏟은 커피로 천이 더러워졌지만 수놓기를 포기하지만 않는다면, 그 얼룩으로 한층 독특한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그 과정이 흥미롭고, 그 과정을 통해 겸손해지고, 그 경험을 통해 배웁니다.
미래를 단 하나의 모습으로 결정하지 맙시다.
하루하루를 살면서 만들어가는 과정에 집중하고, 그 과정을 즐기다보면 만나게 되는 예상치 않은 “미래”라는 이름의 얼굴을 반갑게 맞으면 그만입니다.
순간에 집중하고, 예기치 않은 일들을 만나고, 새로운 순간을 배우면서 즐겁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충실한 마음으로 살아내는 오늘 하루를 미래는 결코 배신하지 않을 겁니다.
심리상담이야기는 앞으로 여러 필진의 글들로 채워갈 예정입니다.
자주 놀러 오셔서, 저희 센터가 들려 드리는 작지만 소중한 이야기들에 귀 기울여 주세요.
감사합니다.
김선경